장애를 극복한 꿈의 연주, 발달장애 클라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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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발달장애 청년들 ‘정규직 오케스트라 단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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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9-06 15:57 조회1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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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정지숙(22)양은 선천적으로 면역력과 폐활량이 약했다. 학습능력도 정상인에 미치지 못했다. 몸이 약하다보니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을 꺼렸다. 하지만 최근에 그가 달라졌다. 올해 초에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이하 문화센터)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주 2~3회 있는 오케스트라 연습일은 그가 가장 기다리는 날이다. 폐활량을 키우기 위해 11살 무렵 시작했던 플룻은 그의 취미이자 살아가는 즐거움이 됐다.  

서초구, 자치구 최초로 발달장애 청년을
정규직 음악인으로 고용키로 결정

 
한우리윈드오케스트라는 발달장애인들 중심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다.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악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단원들. 장진영 기자

한우리윈드오케스트라는 발달장애인들 중심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다.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악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단원들. 장진영 기자

고교생인 이승언(20)군은 자폐성 장애 2급 청년이다. 또래 친구들보다 진학도 늦었다. 하지만 클라리넷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잘 연주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하루 5~6시간씩 연습한다. 실력도 웬만한 예술계 고교생 이상이다. 이군 역시 마음껏 클라리넷을 연주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연습일이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다.
 
  
 
정양이나 이군처럼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들이 전문 음악인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서울 서초구가 6일 두 사람이 속해있는 서초구립 한우리윈드오케스트라(이하 한우리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이르면 올해 안으로 구립 문화센터 소속 정규직 음악인으로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이들을 정규직 음악인으로 고용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서초구가 처음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이날 “발달장애우들이 꿈꿔 왔던 일을 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들을 구립 문화센터 소속 정규 직원으로 고용하기로 했다”며 “음악을 매개로 장애를 극복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올해 3월부터 발달장애 청년들도 구성된 한우리오케스트라를 운영해왔다. 단원은 총 17명이다. 그중 12명이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단원들이 연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단원들이 연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현재 한우리오케스트라 단원은 주 2~3회(1회당 3시간) 문화센터에 모여 연습을 한다. 정규직으로 고용된 이후에는 매일 출근해 개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하루 4~5시간 가량 규칙적으로 연습을 해야 한다.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에서 지급된다. 필요한 예산은 서초구 관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어느 정도 마련됐다. 정양의 어머니인 최은혜(50)씨는 “장애를 가진 우리 딸이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니 떨리기도 하지만 너무 기쁘다”며 “평소에도 플룻 만큼은 지구에서 제일 잘 분다고 자랑하는 아이이니 잘해낼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우리오케스트라는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 지난 7월에는 ‘제10회 전국장애청소년예술제’에 처음 출전해 서양악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연주 레퍼토리도 레미제라블 등 총 10여 곡에 달한다. 이들을 돕고 있는 장세용 사회복지사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두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며 “직업을 갖게 된다는 기대감 덕분인지 최근엔 연습 분위기가 한층 더 밝아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회복지의 날인 7일에는 창단 음악회를 열고 서초구민들 앞에 정식으로 데뷔한다.

서초구의 이번 결정은 발달장애 자녀를 둔 가정에도 큰 희망이 됐다. 이승언군의 어머니인 류원숙(46)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본인의 희망 여부를 떠나 보통 요리사나 제빵사 교육을 받고 그쪽으로 직업을 구하는 게 일반적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급여를 받을 수 있다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단원들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더 생겼다. 문화센터 내 연습실에서 만난 정지숙양은 "창단 연주회 포스터를 보며 무대에 선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언니·오빠·동생들과 열심히 연습해서 관객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수줍게 포부를 밝혔다.
 
이수기·홍지유 기자 retal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