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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장애/비장애 공간 지우개] (13) 발달장애인(지적 및 자폐성장애) 태연씨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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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9-21 11:16 조회2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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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칼럼을 쓰며 자주 받는 질문은 ‘발달장애인은 어떤 특성을 보이느냐’이다. 다양한 대중매체에서 발달장애인을 소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만났다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을 터다. 앞으로 필자는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태연(가명·23)씨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강박을 가지고 있는 발달장애인 태연씨 
  
태연씨는 자폐성 2급으로 오전 9시 센터에 나와 오전에는 직업재활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재활치료를 받는다. 1주일에 1번은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서 물건을 구입하는 훈련을 받으며, 대중교통 이용훈련에 참여하기도 한다. 


한번은 태연씨와 함께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구입목록(위 사진)을 작성해 봤다. 구입 목록에는 ‘1.화장지 2.종이컵 3.비눗방울 4.쓰레기봉투’라고 적어놨다. 물건 구입에 들어가기 전 보통 1시간 동안 이를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태연씨가 정확하게 물건을 인지를 하고 있는지 확인을 하고, 모르면 사진을 보여주며 알 수 있도록 교육한다. 계산대 앞에서 어떻게 결재를 해야 하는지도 설명한 뒤에야 마트로 향한다. 

함께 마트에 도착해 1층에서 화장지와 종이컵, 쓰레기봉투를 구입하고 2층에서는 비눗방울을 구입하려고 하였다. 태연씨는 화장지, 종이컵과 쓰레기봉투를 카트에 넣고부터 갑자기 상동 행동을 보였다. 발달장애인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감이 높아지면 곧잘 상동행동을 보인다. 

알고 보니 태연씨는 물건을 1∼4번까지 순서대로 구입하지 않은 데 따라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느꼈던 것이다. 이에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이야기를 했다. 

“태연씨, 일단 1층에서 화장지, 종이컵, 쓰레기봉투를 구입하고 그런 후에 2층으로 가서 비눗방울을 구입해요. 적혀 있는 구입목록 순서대로 카트에 담으면 2층에 갔다가 다시 1층으로 내려와야 해서 태연씨도 힘들 거예요. 그러니까 비눗방울보다 쓰레기봉투를 먼저 구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렇게 태연씨에게 천천히 안정적인 목소리로 설명을 했더니 곰곰이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런 뒤 이해를 했는지 불안감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발달장애인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방법에서 바뀌거나 달라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아마도 태연씨는 1∼4번까지 구입 리스트를 머리에 넣었던 만큼 그 순서대로 사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을 법하다. 실제로는 구입 방법이 달라지자 머릿속에서 그 여파가 떠나지가 않아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달 6일 방송된 ‘SBS스페셜’의 ‘서번트 성호를 부탁해’ 편에 등장한 발달장애인 은성호씨.
SBS 캡처

필자가 군대에 있을 때 계획대로 공부 스케줄을 세우고 순서대로 진행하지 않으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동기가 있었다. 그 결과 머리카락까지 빠지는 모습을 보며, 당시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제 와 태연씨와 비교해보니 강도와 지속성이 다를 뿐 비슷한 경험이라는 판단이 든다. 아마 독자들도 그런 경험이 있을 법하다.

태연씨가 필자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자신이 세운 계획을 바꿔야 하는데서 오는 불안감을 누르고 달라진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때가 많다. 태연씨는 10분 정도의 설명으로 불안감이 줄어드는 모습이 보였고, 그 후 2층으로 비눗방울을 구입하러 갔다. 그런데 하필 비눗방울이 없어서 구입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리스트 순서대로 구입하지도 못했고, 게다가 모든 물건을 다 사지 못한 태연씨는 다시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손을 잡고 안정적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다시 차근차근 이렇게 설명했다. 

“마트에 비눗방울이 없어 다른 곳에서 구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태연씨. 여기에는 없네요. 다음에 다시 사러 와야 할 것 같아요.” 

반복해 설명을 했지만 태연씨는 돌아오는 동안 계속 필자에게 질문했다. 

“선생님, 비눗방울을 다른 곳에서 구입할 거예요?, 다른 곳에서 구입해요?”

이날 태연씨는 집으로 가는 도중에도 부모에게 그 질문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순서대로 또는 기억하고 있는 물건 모두 구입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태연씨는 계속해서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다. 


이러한 태연씨의 태도를 이상하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발당장애인을 알고 있는 이라 하더라도 있는 태연씨의 이 같은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글을 읽고 태연씨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는 것이 발달장애인 이해를 위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 글을 읽으며 독자들도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은 있을 것이다. 

김태연 고양온시디움치료센터장​